백화점 주차원 `여름나기`
땡볕·매연 속에서 하루종일 웃으며 손님맞이
고객 갑질 참아내며 희망찬 미래 꿈꾸는 청춘

▲ 27일 한낮 기온이 34℃까지 올라간 포항시 북구 L백화점 앞에서 주차안내요원 친절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br /><br />/이바름기자
▲ 27일 한낮 기온이 34℃까지 올라간 포항시 북구 L백화점 앞에서 주차안내요원 친절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바름기자
#사례1. 최하나씨는 포항 남구의 한 대형 소매점의 지상 주차안내요원으로 일한 지 어느새 1년 반 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나씨가 하는 일은 주차장 입구에서 손님들을 지하주차장으로 안내하는 일. 10시간 중 6시간 정도를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일하는 하나씨에게 여름철은 가장 힘든 계절이다. 물론 봄에는 황사, 겨울에는 추위를 이겨내야 하지만 30℃를 훌쩍 넘은 요즘 같은 날씨를 견디며 실외에서 일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례2. 포항 북구의 대형 판매점 지하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이성중씨의 상황은 더하다. 주차장 내부에서 수신호를 통해 손님들을 안내하는 성중씨는 1시간 20분 동안 실내에 갇혀 있다. 내부엔 공기정화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차량의 이산화탄소 등 매연을 맡아가며 일을 하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또, 차량 내부의 에어컨 가동으로 후끈 달아오른 차체 열기는 외부의 폭염보다 더해 차라리 실외의 태양 아래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백화점으로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손님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차안내요원.

28일 관련 업계와 종사자들에 따르면 폭염을 맞아 이들이 근무를 나서기 전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는 차가운 생수. 1시간 동안 땡볕이나 지하의 매연 속에서 물을 마시며 버티다보면, 다시 실내로 들어와 꿀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회사에서는 더운 여름철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언제나 휴게실에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준비해 주고 있어 알려진 것보다 근무환경에 대한 큰 불만은 없는 편. 하지만 여름철 이들은 근무환경으로 인해 불가피한 매연과 차량 냉방기의 열기 외에도 높아진 불쾌지수 속에 일부 몰지각한 고객들의 갑질에 가까운 화풀이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손님이 가장 많은 주말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주차장 입구로 몰리는 차량 사이로 끼어들기를 비롯한 각종 `진상손님`들이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서로 먼저 가려다 다툼이 벌어져 괜히 옆에 있던 주차요원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운전이 서툴러 타이어로 안내요원의 발을 짓밟고서 지나가는 사고를 내기도 한다.

남구의 한 판매점 임시직원인 김모(21·북구 양덕동)씨는 “자신의 잘못도 아닌 일에 대해 진상손님의 화까지 견뎌내야 하는 감정노동자지만, 엄연히 백화점의 한 얼굴이기 때문에 밝고 친절한 90℃ 인사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주차요원들의 근무여건은 수년에 걸쳐 계속 개선돼 왔지만, 일부 고객들에 의해 어려움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모(53·남구 상대동)씨는 “어찌 보면 주차요원들은 모두 우리의 아들, 딸, 형제들 아닌가”라며 “덥더라도 지하주차장에서는 차량 에어콘 가동을 자제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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