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기상예보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비가 온다 해서 예정됐던 야외행사를 취소했는데, 비는커녕 아름다운 뭉개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화창한 하늘이고, 우산을 들고 외출해 줄곧 들고 다니다가 어딘가에 놓아버리면 `내것`이 아니다. 우산만큼 잘 잊어버리는 게 없다. 엉터리 기상예보 때문에 잃어버리는 우산이 부지기수다. `예보`는 물론 당일의 것까지 틀려서 “기상 예보 그만두고 기상 중계나 해라”는 질타도 받는다. 기상청으로서는, 여름이 `잔인한 계절`이다. 욕이 양동이로 쏟아지는 철이다.

장비가 부실한가 해서 올 2월에는 530억원 짜리 슈퍼컴퓨터 4호기를 사왔다. 48억명의 사람이 1년간 계산해야 할 연산자료를 단 1초 만에 처리하는 능력을 가졌고, 한 달 전기료만 2억5천만원이나 든다. 또 연간 1억5천만원의 사용료를 주고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 모델` 프로그램도 2010년 영국에서 빌려왔다.

이런데도 `거꾸로 가는` 기상예보가 계속된다. 그 원인을 `예보관의 잦은 교체`에서 찾기도 하는데, 이 직책은 “욕만 먹어도 배 부른 자리”여서 2~3년마다 바꿔주어야 한다. `예보 정확도`는 수치예보 모델 성능이 40%, 모델에 입력되는 기상관측 자료가 32%, 예보관의 능력이 28%를 자치한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예보관의 능력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무능한 예보관에 의한 `빗나간 예보와 바가지 욕`을 상당히 완화시켜주는 선물이 방송사로부터 전달됐다. 모든 TV들이 미녀 기상캐스터를 등장시키면서, 시청자들의 마음이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김동완 캐스터가 정년퇴직하면서 조석준, 이찬휘 남자 캐스터가 간혹 나오지만, 1991년 이익선 여성 캐스터가 대 히트를 친 후 미스코리아 출신의 박은지 캐스터가 시청률을 크게 끌어올렸고, 그 후 모든 방송사들이 `미녀 캐스터`를 내세웠다. “예쁜 모습에 홀려서 정작 기상예보는 보이지 않는다”는 남자캐스터들의 불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예보가 다 맞을 수는 없지”라며 관대해진 측면도 없지 않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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