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호<br /><br />FM미디어 대표·정치평론가
▲ 최종호 FM미디어 대표·정치평론가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자기 스승이었던 소크라테스에게 독배를 들게 한 민주주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렇듯 고대 민주주의는 다수의 횡포라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민주주의가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의 영향을 받아 계승된 것이다. 고전적인 공화의 의미는 공공(公共)의 이익을 우선하고 조국에 헌신하는 자립적인 공민(시민)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 공민적 덕(civic virtue)을 기초로 공동체 발전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후 프랑스와 미국 공화주의가 발전해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부터 체제가 지속돼왔다.

그런데 최근 공화(共和)라는 개념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유승민(대구 동구을) 새누리당 의원과 김부겸(대구 수성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화주의`라는 명제를 가지고 정치권에 화두를 던진 것이다.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지난 4일 `국민속으로` 주최로 열린 `20대 총선평가와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확장 전략` 토론회에서 헌법정신으로 되돌아가자며.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데 민주주의는 우리가 많이 말했지만 `공화국`이 뭔가. 우리가 함께 책임질 나라를 만들자는 게 아니냐”면서 “`형편이 어려워졌으니 각자 살아나가라`고 하면 그건 우리가 합의한 나라, 민주공화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의원 역시 “민주는 조금 해봤지만 공화는 별로 못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공화의 해석과 적용을 단순한 원론 성격의 사전적 의미에 기초한 축자적 해석은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었다. 즉 공화에 대해 깊은 연구나 각성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인상이 짙었다. 이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처지와 대선정국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데 공화란 개념을 끌어들인 것은 아닌가 싶어 더욱 씁쓸했다.

이러한 공화의 문제에 대해 정준길 변호사가 쓴 `공화`(도서출판 밀알)에서는 공화의 의미와 대한 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깊은 고심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안이 제시돼 있다. 우리 현실에서 공화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으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현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단점을 공화주의가 가진 순기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다원화된 세상에서 다양한 가치를 담기위한 다당제의 강점을 강조하고, 대통령 중임제를 주장하고, 이원 집정제를 검토하자고 하는 등 진영의 논리를 넘어선 진짜 보수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통합과 국가 발전을 통해 통일한국을 이루어 동북아 질서의 한축이 되는 `위대한 한국(Great Korea)`을 역설한다.

나는 여기에 덧붙여 보수의 이름을 빙자해 변화와 혁신을 방해하고 자신의 명예와 사리사욕을 챙기는 정치인이 있는데 이들은 반드시 축출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7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삼성을 `말기 암환자`에 비유하며 “처자식 빼놓고 다 바꿔라”는 화두로 승부수를 띄우며. `신(新)경영`을 주창했다. 신경영은 기존 경영 관행에 대한 철저한 부정에서 출발했기에 10년후인 2003년 어느 모임에서 이 회장은 “신경영을 안 했으면 삼성이 이류, 삼류로 전락했거나 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 정치도 대대적인 혁신으로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해도 처자식 만큼은 절대 바꿀 수 없다. 즉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시대정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작금의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인 대한민국과 대구 경북의 현실에서는 눈앞의 인기를 위해 보여주기식의 정치적 수사를 내뱉는 정치인이 아니라 공공과 국가를 위하는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 공부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이 많이 나와야 국민을 위한 새로운 공화(共和)가 만들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