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매년 한 차례씩 만찬회를 연다. 백악관과 각 언론사들이 초청한 인사가 2천명 넘는다. 유머감각 탁월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의 재치를 과시하면서부터 이 만찬자리는 대통령이 농담과 풍자로 좌중을 크게 웃기는 자리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1월에 끝나니 지난 4월 30일에 열린 만찬회는 그의 마지막 속풀이행사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 후보 힐러리를 지원했다. “내년부터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설 것인데, `그녀`가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여기서 빵 터졌다. `She`라 할 수 있는 여성후보는 힐러리 뿐인데 “누군지 모른다” 한 재치가 재미 있었다. 그는 또 공화당의 유력 후보 트럼프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외교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수년간 많은 지도자급 인사들을 만나왔습니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며,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줄줄이 읊어나갔다. 트럼프는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해 각종 미인대회를 주최한다.

트럼프는 만찬에 불참했다. 대통령은 이 점도 꼬집었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유명인들이 가득한데(선거운동하기 좋은 기회인데) 그가 싫다 한 것은 혹시 이 만찬이 싸구려인 때문인가? 아니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 바쁜가”했다. 트럼프는 시리아 난민을 거부하는데 메르켈은 수용한다.

얼마전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이 회담을 마친후 냉면집에서 오찬을 했다. 야당의 두 원내대표는 물냉면을 시켰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비빔냉면을 주문하자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새누리당이 하도 물을 먹어서 비빔을 드시네” 평소같으면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일이나 원유철 원내대표는 “두 야당을 모시고 잘 비벼야 하니까”라고 받았다. `가장 즐거운 자리는 식사자리`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말라” 했다. 그래서 식사자리에서는 꼬인 문제가 잘 풀리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식탁정치`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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