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나니 대선도 멀지 않았다. 잠룡(潛龍)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며 움직임을 보인다. 전부터 이름이 거론되던 주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된서리를 맞았다. 여·야 두 전 대표들이 우선 `뒷모습`을 보였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만 화려한 부활을 했다. 야당 깃발 달고 대구에서 압승한 김부겸. 소외 당해 무소속으로 당선한 유승민, 새누리당으로 호남에서 두 번째 당선한 이정현. 올해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의 이름이 새롭게 떠오른다. 김무성·문재인·박원순 등은 `당분간` 막후에 몸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릴 것이다.

`적진에서 살아남은 당선자`들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구도를 깬 `전사`들이기 때문이다. 야당지역에서 당선한 여당 인사, 여당지역에 깃발 꽂은 야당 후보자들은 `공천에 의한 무임승차자`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철벽`을 뚫어낸 인물들이라, 각별한 애정이 가고 상찬의 대상이 되는 것이며, `잠룡의 자격`까지 부여하는 것이다. 김부겸 당선인이 대선을, 이정현 당선자가 당권을 겨냥하는 것은 타당하다.

김부겸 당선인은 상주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와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했고, 19대 총선때 대구 수성갑에서, 그리고 2014년 대구시장에 도전해 실패했지만, 득표율은 40% 이상이어서 희망은 늘 있었다.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우는 대표적 여당 텃밭인데,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했다. 실로 31년만의 일이었다. 이정현 당선인은 야당 텃밭 호남 순천에서 두 번 당선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전두환 시절에 장세동, 박근혜 시절에 이정현”이라 말할 정도의 `의리의 사나이`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경우, 과거 두 번의 `양보정신`이 이번에 밑거름이 됐다.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의 “통합하자. 안 대표는 빼고”라는 권유 속에서 꿋꿋이 당을 다독거린 뚝심을 유권자들이 인정했다.

비례대표 의석수 13석은 더민주당 의석과 같다. `정당선택`에서 전국적인 선택을 받은 것도 `호남당`이란 한계를 벗어난 쾌거였다. 치킨게임을 일삼던 여·야 2당 체제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 당당히 섰으니, `안철수 대선주자`란 이름이 한결 당당해졌다.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차기 유엔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8명이 `면접시험`을 치르는 중이고, 따라서 반기문 현 총장은 퇴임을 준비 중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그가 들어 있을 것”이란 말이 나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남을 가지고, 개성공단 등의 정책에 대한 의견도 잘 맞고, 충청도 표심과 함께 지금까지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국제적 시각으로 보는 국내정치`도 시도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