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동해란 말이 무색하다. 겨우내 쌓인 쓰레기가 해안 곳곳을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봄을 맞아 동해안지역 유적지와 명승지를 찾는 관광객이 많을 것인데, 이런 흉한 꼴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먼 바다에서 해류를 타고 흘러온 외국의 쓰레기, 낚시꾼들이 무분별하게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어업인들이 무심코 버린 어구들, 강을 따라 흘러온 육지 쓰레기, 산업체에서 버린 산업폐기물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데, 그 양이 엄청나서 공공근로나 자원봉사단체의 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문무대왕 수중릉이 있는 경주 감포항 주변 양남 양북 봉길해수욕장 일대에는 냉장고와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 폐타이어, 부서진 평상, 무속인들이 버린 음식물과 불태운 흔적, 동물의 뼈, 깨어진 소주병, 양초, 폭죽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양남면에는 관광명소로 잘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536호 주상절리가 있고 해안을 따라 걸어갈 수 있는 `주상절리길`도 조성돼 있는데, 이곳에도 예외 없이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으며, 주상절리에서는 낚시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버젓이 그 바위위에 올라가 있는 낚시꾼들이 보인다.

낚시꾼들의 환경불감증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해안 방파제 구석구석에는 음식쓰레기, 가스통, 짐승뼈다귀, 폐낚시용구, 소주병 등이 숨겨져 있다.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고 현장에 버린 것이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으면 이런 쓰레기들이 바다로 쓸려갈 것인데, 결국 바다생태계를 교란시키고 만다. 바다를 더럽힌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선진외국들은 엄격한 벌칙을 적용하고 있다.

포항 앞바다에는 지난 28년간 버려진 해양폐기물이 6천300여만t에 달하고 이때문에 동해 특산물 대게의 중금속 오염이 심각하다고 한다. 특히 붉은대게의 경우, 폐기물 투기 장소 인근에서 잡힌 것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수은 오염도가 무려 11배 이상 높았으며, 발육상태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부터는 해양투기가 금지됐지만, 지난 28년간 쌓인 폐기물을 수거하는 일이 남아 있다. 기업과 지방정부가 힘을 모아서 바다정화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겠다.

포항시는 내년까지 38억원을 들여 남구 청림동 냉천 하류에서 호미곶 구룡포읍과 동해·장기면의 해안선 58㎞를 잇는 트레킹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고, 최근 부분개통을 했는데, 안내판에 `형산강`을 `형상강`으로 잘못 표기해서 망신을 샀다. 또 바다 위로 만들어진 나무데크 주변에는 폐어구, 페트병 등 쓰레기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지자체마다 외지 관광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 많으면 헛수고로 돌아간다. 곳곳에 교육 계몽을 위한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시민정신 고양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