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떠오르는 화두가 현역의원 물갈이다. 어느 의원이 공천배제되고, 어느 의원은 단수공천으로 낙점됐다는 소식은 드라마틱한 요소도 있어 정치판에 화제가 되곤 한다.

이번 총선 공천에서도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 현역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된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의 1차 공천심사결과에 이은 2차 공천심사 결과에서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의 3선 이상 중진, 지역을 불문한 65세 이상 다선 의원들이 대거 물갈이될 것이란 분위기가 확산됐으나 10일 발표된 공천심사결과에는 민감한 대구지역과 경북 다선지역에 대한 공천결과가 모두 빠진 채 발표됐다. 실제로 홍문표 부총장도 라디오에서 다선 중진의원의 교체 필요성에 대해“(공관위원들 사이에서) 나름대로 많은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중진 의원의 물갈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대상에서 원천배제 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74세의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은 공관위에 65세 이상도 경선에 참여시켜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나이만으로 경선을 배제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권 위반일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당헌·당규 어디에도 나이와 선수 때문에 컷오프 시켜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후 대선 때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73세가 된다”며 “65세 이상이니까 대선후보 경선에서 원천배제할 것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생각해보자. 국가예산안을 심의하고, 국가를 통치하는 법령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고도의 정치적 역량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선출직이다. 예로부터 국회에는 이런 말이 전해진다. `초선의원이 되면 국회다니는 길을 알게되고, 재선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법을 알게되고, 3선의원이 돼야 비로소 국가정책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나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국회의원직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국가정책이란 것이 한 쪽면만 보는 단견으로는 이해하기도 힘들고, 법제화하기는 더욱 어렵다. 우리처럼 여야 대결이 첨예한 나라에서는 국가정책이나 법안을 세우거나 새롭게 다듬는 데 협상과 타협이란 정치적 경륜이 더욱 절실하다. 경륜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따라서 경륜을 가진 다선 국회의원은 나라의 정치적 자산으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다선(多選)의원이 되면 오히려 죄인취급을 한다. 물론 이렇게 된데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신뢰나 존경을 잃어버린 데 원인이 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다선의원을 모조리 공천배제하고 특정 계파의 말을 잘 듣는 초선의원들로 국회를 채우겠다는 독선은 너무 위태롭게 느껴진다. 마치 고속도로에 온통 초보운전자들만 다니는 꼴이니 허구헌날 교통사고로 애꿎은 생목숨이 다칠까 걱정되는 것이다.

현역의원 물갈이에 대해 비박계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 수십년 동안 총선을 앞두고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물갈이 경쟁을 많이 했고, 물갈이를 하게 되면 언론이나 국민들, 국회의원들 꼴 보기 싫으니 순간적 카타르시스는 있었다. 하지만 현역 물갈이를 많이 하는 것은 초등학생만 양산하는 꼴이다. 결국 우리 국회의 위상이 약해지고 또 국민의 정치 불신이 오히려 심화되는 악순환을 겪었다.”그러면서 그는“지금 현재의 정당 국회운영 시스템, 정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김수환 추기경이나 법정 스님 같은 분이 다시 나와서 국회의원 활동을 하신다고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다선의원이 오랜 세월 쌓아온 정치적 경륜은 대립과 갈등의 정치환경을 돌파해나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물갈이 공천으로 뒤숭숭한 요즘, 다선의원이 존경받는 나라가 돼야 우리 정치도 선진화될 것이라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말이 가슴깊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