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선 환

돌멩이는 죽어 있다. 그렇다. 죽어서도 돌멩이는 구른다. 닳으며 동그래지며 아직 죽어 있다. 그런가,

머리 위 어중간에 나비가 걸려 있다. 그렇다. 굽은 갈고리에 찔렸거나 은빛 거미줄에 감겼다 그런가.

새가 반짝이며 구름 사이로 점멸했다. 그렇다. 높이 나는 새는 불꽃이다. 하늘에다 그을린 자국을 남겼다. 그런가.

나뭇잎이 떨어져서 어깨에 얹혔다. 그렇다. 나뭇잎에 눌린 만큼 어깨가 내려앉았다. 그런가

벌써 익은 찔레 열매가 아직 달려 있다. 그런가. 바짝 마른 뒤에야 떨어진다. 그런가. 잘 익은 씨앗 몇 개 감추고 있다. 그런가

시인의 표현에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함께 과연 그런 인식과 표현이 맞는가에 대한 이중적인 현상 인식이 나타나 있다. 물론 시인은 각 행마다 연마다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서술에서 더 나아가 시인만의 감성에서 나오는 시적표현들이 있어 맛깔스럽다. 그러나 그런 표현들이 가지고 있는 작위성이랄까 독단성 같은 것을 염려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당연히 그렇다 혹은 그럴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우리의 인식 세계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던져주는 시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