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선 호

언제나 버스는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았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의 종착지는 스페인이거나

필리핀의 어느 마을이나 한국의 내 고향이거나

저승의 문턱일거다. 그곳까지 멀리

에둘러 돌아가야 했다 지금은

호흡을 가다듬고 꿈속을 헤매듯

망고나무의 잎이 떨어져 싹이 오를 때까지

내 몸의 푸른 피 마를 때까지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열대 식물인 망고나무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며 시인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고향의 겨울은 맵차다, 그 차가운 시간들과 폭설의 시간들을 견딘 자연에서 새 생명이 잉태하고 풍성한 결실에 이르는 것이 시인이 살아온 자연의 법칙이었다. 그러나 시인은 지금 열대의 고장에 있다. 거기서 시인은 잎을 떨어뜨리고 새싹이 오를 때까지 견디는 열대지방의 새로운 생명 운행의 법칙을 본다. 어디서건 자연은 그렇게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시간들을 가진다. 시인이 기다리는 버스는 그러한 시련을 견디고 성숙한 단계에 이르려는 의지의 표상인지 모른다. 혼신의 힘을 다해 기다리겠다는 성찰과 결의가 숨어있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