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업자들 차량 내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
시민들 아파트 분양권 매매 등 공세에 시달려
당사자 동의 않은 정보유출 강력한 대책 필요

“견본주택 구경 한 번 다녀왔을 뿐인데 부동산에서 분양권 팔라고 전화가 왔어요.”

최근 포항의 아파트 분양 활황을 틈타고 시민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무차별 유통되고 있어 당사자의 동의 없는 정보 유출에 대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시민들은 부동산 업체에 연락처를 전혀 제공한 적이 없었지만 스팸 전화가 온다며 하소연하는 등 각종 피해 사례가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포항시민 장씨(35·북구 흥해읍)는 대구에 있다고 밝힌 한 부동산 업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에 관심이 있으면 분양과 관련된 정보를 주겠다는 것. 장씨는 이와 관련해 그동안 견본주택 몇 군데 가본 게 전부인데도 타지역에서 전화가 걸려온 사실에 당황했다.

장씨는 “무턱대고 전화로 분양권 매매를 이야기하지만 요즘 세상에 사기 전화인지 알게 뭐냐”며 “포항에 산다고 하니까 경북 지역 전체를 취급하고 있어서 전화했다는데 어떻게 대구에서 알고 전화를 하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장씨처럼 상당수의 사람들이 분양에 관심이 있거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이유로 곳곳에서 매매를 권하는 부동산 업체의 전화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어딘가에서 유출된 정보가 분양권 매매 및 미분양 마케팅용으로 대거 묶여 업계에서 떠돌고 있기 때문.

제일 흔한 유출 경로 중 하나는 견본주택 주변의 떴다방 업자들이 예비 청약자에게 분양 정보를 주겠다며 전화번호를 수집해 마케팅에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또 예비청약자가 추후 분양권 매매를 위해 1~2곳에만 연락처를 알려준 경우도 여기저기 퍼져 나가 수차례나 원치않는 전화에 시달리게 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잦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연락처 공개를 꺼리자 떴다방 업자들이 견본주택 주차장을 돌며 방문객들의 차량에서 전화번호를 몰래 적어가는 행위도 버젓이 저지르고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상 이름·전화번호 등을 동의 없이 유출하거나 공개하는 경우 행정처분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만약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데 사용하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이에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개인정보 유출이 범법 행위라는 인식을 갖게 하려면 잦은 단속을 통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이스 피싱 등 전화금융사기는 물론 불법 대출 등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많아 피해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직장인 이모(30·여)씨는 “부모님이 아파트 청약 당첨자에게만 저렴하게 대출해준다는 사기 전화도 받은 적이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정보보호에 대한 의식도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동산 등 일부 업계에서의 행태가 그대로인 것은 흐지부지한 처벌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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