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용 택

어머니는 동이 가득 남실거리는 물동이를 이고 서서 나를 불렀습니다

용태가아, 애기 배 고프겄다

용태가아, 밥 안 묵을래

저 건너 강기슭에

산그늘이 막 닿고 있었습니다

강 건너 밭을 다 갈아엎은 아버지는 그때쯤

쟁기 지고 큰 소를 앞세우고 강을 건너 돌아왔습니다

이 소 받아라

인생이란 부모로부터 목숨을 받아 태어나 살면서 끝내 그 부모님의 끈을 이어받고 다시 자식에게 그 끈을 물려주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시인의 의식이 자연스레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지는 시다. 섬진강 강가에서 태어나 거기서 아이들을 가치는 선생이 되어 평생 고향을 지킨 시인의 가족사적 순응과 계승의 아름답고 정겨운 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