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귀 희

국화축제가 한창인 광장 한 켠

국화빵 가게가 홀로 피어 있다

사람들은 노랗고 빨간 꽃의 난무 속을 걸어

국경처럼 남루한 가게에 도착한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의 어느 나라처럼

1톤 트럭 짐칸은 붐비는 천막

밀가루 반죽을 채워 넣고 그 위에

꽃술 같은 팥 앙금을 살짝 포개면

화분마다 둥근 압화들이 피어난다

우리는 모두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 여행자

출입증 같은 빵 하나씩 받아들고

사람들은 조금씩 겨울이 되는 걸까

호호, 뜨거운 김을 삼키며

더러는 서로의 표정을 곁눈질하며

천둥과 비바람과 뙤약볕으로 속이 꼭 찬

빵 속으로 계절의 난민 몇 걸어가고 있다

맞다, 우리 모두는 가을의 국경을 넘어가는 초조한 시간의 여행자인지 모른다. 국화꽃 피어 향기롭고 환하지만 옷깃을 여미는 늦가을, 쓸쓸하게 저무는 시간을 품고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다. 골목의 국화빵 가게에서 뜨겁게 눌린 국화꽃, 압화 한 봉지씩 들고 말이다. 그래도 국화빵이 전해주는 따스함과 구수한 내음에 행복해하며 우리는 겨울에 들고 있는 것이리라. 쓸쓸하고 차가워지는 늦가을이지만 정겹고 따스한 그림 한 장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