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상 병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겠다고 고백한 `소풍`으로 깊은 감동에 이르게 한 시인 천상병의 생을 관조하는 시다. 천진무구함으로 우리가 가야할 생의 길을 일러준 시인의 눈에 비치는 강물은 무엇일까. 강물을 바라보며 온종일 울기도 하고 해바라기처럼 서서 그리움에 젖기도 하고,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기도 한 강물은 도대체 무엇일까. 깊은 사념에 빠져들게 하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