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 인

멀리서 보면 고요한데

가까이 다가가 속을 들여다보면

흐른다

돌에 이마를 부딪치며

오만 잡쓰레기들이 얼크러져

서로 기대고 또 감싸 안고

피 튀기며 거칠게 비켜서서

숨 돌릴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므로

깊은 설움은 더 깊이 다스리고

치받는 신명은 소용돌이쳐 푼다

간발의 틈도 없이

사정없이 부닥쳐

박살이 나면 다시 몸 추슬러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삶의 이 진저리나는 격렬함

그러나 다시 멀리서 보면

한강은 백치같이 무심한 얼굴로

또한번 우리를 갈긴다

서울의 온갖 구정물과 더러움을 안고 유유히 한강은 흐른다. 시인은 한강을 얘기하면서 피튀기며 거칠게 살아가는 힘겨운 삶을 말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깊은 설움에 들기도 하고 비켜서서 숨 돌릴 곳 조차 없는 문명의 극한인 서울에서의 생이 얼마나 격렬하고 힘겨운지를 암시하고 있다. 이 모든 상처와 아픔을 듬듬하게 품어주면서 한강은 무심히도 흐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