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메시지 보내 선거시작도 전에 과열경쟁
시민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는지 불쾌감 느껴”

내년 제20대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지역마다 예비 출마자의 물밑경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최근 선거와 관련해 무차별 홍보성 문자메시지가 늘어나 시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일부에선 특정 지역구 유력 후보의 지지도 등 여론조사 결과를 발송하고 있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하기도 전에 과열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시민 최모(53·포항시 북구)씨는 내년 총선에서 포항시 북구에 출마를 준비하는 인물의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문자로 받고 불쾌감을 느꼈다. 휴대전화 전화번호가 유출됐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한데다 자신이 북구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일부러 콕 집어 문자를 보낸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문자에는 북구에 출마한다고 알려진 인물 중, 단 두 명의 지지도만 표시돼 있었으며 여론조사를 실시한 언론사의 기사 주소도 포함돼 있었다.

최씨는 지난 추석에도 실제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여러 예비 출마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명절인사`를 받게 돼 어리둥절한 적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지지도`를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가 들어와 그간 받았던 문자가 `선거 홍보`용 문자였던 것을 깨달았다.

최씨는 “선거가 반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원치 않는 홍보성 문자가 수시로 들어오니 짜증난다”며 “사회단체는커녕 심지어 동네 반상회조차 나가지 않는데도 어디서 이렇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입수해 문자를 보내는 건지 기분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이 받는 문자메시지의 주 내용은 △명절 인사 △여론 조사 결과 △일상 안부 등으로 대부분이 형식적인 문장 한 두 줄에 그친다.

또 엉뚱하게 수도권 등 타지역 예비 출마자들까지 이에 가세해 홍보성 문자메시지를 잘못 전송하는 등 `공해`와 마찬가지라는 불만이 거세다.

아울러 최근 포항에서 총선을 앞두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거나 특정 예비 출마자 간 묘한 신경전까지 이어지면서 문자메시지 등이 이러한 과열 경쟁에 악용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모(30·포항시 남구)씨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시장 후보들의 문자가 수시로 들어와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항의전화를 한 적도 있다”며 “최근 예비 출마자들 간 신경전이 심해지는 것 같은데 선거 분위기가 과열돼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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