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세월 허망하게도
순식간에 `쿵` 무너진 驛舍
주민들 “섭섭함 속 기대감”

7일 오전 9시 포항시 북구 대흥동 구 포항역 부지. 역사 폐쇄 전까지 열차를 타고 도착한 이들이 처음으로 발을 내디뎠고, 떠나는 이들 또한 마지막으로 밟았었던 플랫폼에서는 철거작업을 위한 굴삭기와 건설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채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현판을 비롯해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몇몇 구조물들은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 기본계획에 따라 축소복원되기 위해 이미 따로 보관이 완료된 상황. 조경수 대부분도 재활용을 위해 이식 작업이 끝나 쓸쓸히 서 있는 역사건물만이 마지막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분주히 움직이는 근로자들 사이로 굴삭기가 점차 역사로 다가섰다. `쿵~` 굉음과 함께 굴삭기가 역사 한 귀퉁이를 파내기 시작하자 건물은 순식간에 무서지기 시작했다.

“옛날식 목재구조에 기둥, 보 등의 보강이 없는 조적식 구조라 철거는 손쉽게 진행될 것”이라는 현장소장의 말처럼 역사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민들의 애환과 추억을 함께 해 왔던 포항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안전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 채 펜스가 둘러쳐져 시민들이 철거현장을 지켜볼 수는 없었지만, 역사 옆 인근 역전 시장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던 상인들은 가끔 역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역전`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과거가 된 지금, 포항역과 함께 수많은 세월을 보내왔던 시장의 상인들은 이미 구도심의 몰락과 전통시장의 위기로 겨우 명맥만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기대보다는 아쉬운 감정을 나타냈다.

20여년간 포항역 광장 한쪽 편에서 과일가게를 해왔다는 이순자(66·여)씨는 “100여년 세월동안 자리를 지키던 포항역이 이렇게 철거되니 너무 서운하고 허망하다”며 서운함을 표했고, 역 바로 앞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이상순(78·여)씨도 “역이 철거되고 아파트가 들어온다 해서 좋아했는데 도로가 나서 별로다”며 “과거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상권을 살아나게 할 것인지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걱정 어린 목소리를 냈다.

역사철거를 반기는 시민도 있었다. 시민 최병우(34)씨는 “섭섭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강점기의 잔재가 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뻐할 일인 것 같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포항시는 이날 이재춘 포항시 부시장을 비롯한 20여명이 철거현장을 방문해 포항역의 역사성을 살리고 도심재생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정례 브리핑에서도 양원대 건설안전도시국장이 나서 “구 포항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은 기능이 상실된 구 포항역과 그 일원을 개발하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구도심의 균형적인 개발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전략사업”이라며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각계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는 등 심도있는 검토를 거쳐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도심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역사의 한 조각으로 영원히 사라지게 된 구 포항역. 아쉬움을 뒤로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부지개발이 진행되길 기원해본다.

/전준혁기자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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