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배 12척` 정만진 도서출판 신우 펴냄, 300쪽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사 였던 배설 장군(1551~1599)의 역사적 진실을 찾는 장편 역사소설 `기적의 배 12척(도서출판 신우)이 출간됐다.

소설가이자 대구한의대 문화콘텐츠학부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정만진 작가가 펴낸 이 소설은 배설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겁이나 도망쳤다는 영화 `명량` 및 동명 소설을 비롯해 세간에 알려진 통설을 반박한다.

소설에서 배설 장군은 원균 지휘하의 조선 수군이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할 때 간신히 여덟 척의 전함을 이끌고 후퇴한 후 전선을 정비해 버려져 있던 배 네 척까지 수리해 이순신 장군이 이를 이끌고 명량해전에서 왜군 수군 대함대를 무찌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탈영설에 대해 정면 반박한다. 칠천량 패전 이후 병색이 완연해지고 몸 상태가 더욱 나빠지자 병가를 내고 이순신 장군의 허가를 얻어 고향에 가서 쉬었으며 그 와중에도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등 이순신을 도왔다는 것이다. `난중일기` 1597년 8월 30일자의 병가 관련 내용과 10월 14일자 `배의 종이 경상도에서 와서 적의 동태를 말해주었다`는 대목이 그 근거다.

소설은 또 탈영했다는 이유로 참수당한 배설 장군의 죽음을 전쟁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당시 선조와 권력세력의 음모라고 분석한다. 전란의 피해를 입은 백성들이 임금과 대신들에게 극렬하게 저항할까 두려웠던 선조와 동인 조정이 서인의 지원을 받던 원균의 후임자 배설에게 반역 혐의를 덧씌워 죽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조와 동인 조정도 선비들이 배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성토하고, 압록강까지 함께 도망간 사람들 위주의 임란 공신 명단을 발표했다가 민심의 역풍을 맞자 서둘러 2차 공신 명단을 발표하면서 배설 장군도 신원을 통해 공신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소설은 중년의 두 남자가 영화 `명량`을 보고 임진왜란 당시 경상우수사(남해안 중 경상도 서쪽 지역 사령관) 배설이 3도수군통제사(해군 참모총장) 이순신을 암살하려 드는 등 민족 반역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하는 액자소설의 구조로 쓰여져 있다.

정 작가는 출간사에서 “전멸의 위기에 놓인 조선 수군의 배 12척을 구해내 이순신 장군의 기적적 승리를 이룩해낸 토대를 이룩한 배설 장군의 진실을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했다”고 내용을 설명했다. 

▲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대첩을 그린 민족기록화.                                       /출처 전쟁기념관
▲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한산대첩을 그린 민족기록화. /출처 전쟁기념관
정 작가는 특히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영화 `명량`과 동명 소설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지금은 역사의 예술화에 예전보다 훨씬 엄중한 작가 정신을 요구하는 지식기반사회인데도 배설 장군에 대한 허위 사실을 날조해 소설과 영화를 만든 사례가 발생했다”며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누군가가 `역사를 위한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저급한 사회환경이 조성되고 말았는데 그게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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