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숨겨놓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탈세자나 다름 없다. 미국은 탈세범에 극형까지 선고할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온정적이다. 최근 `국가간 조세정보 자동교환 협정`에 한국도 가입했다. 해외에 재산을 숨겨놓고 조세를 포탈하는 범죄를 막기 위함이다.

우리 정부는 그러나 `한 번의 기회`는 주기로 했다. 10월 1일부터 6개월 간 해외 소득과 재산을 자진신고하면 가산세와 과태료를 면제해주고, 형사처벌 수위도 낮춰주기로 했다. 당근과 채찍을 병용하겠다는 뜻이다.

박명재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체납액이 많은 5개 지역 중 4곳이 서울 강남지역이었고, 세금 납부를 미루는 비율도 이 지역이 선두였다. 한국에서 제일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체납·탈세행위가 제일 빈번했다.“있는 자가 더 무섭다”는 속담 그대로다. 세금만 제대로 걷혀도 증세(增稅) 없는 복지가 가능할 것이다.

박명재 의원은 “고액 체납 위주로 행정력을 집중해 체납처분 회피자의 숨긴 재산에 대한 추적조사를 강화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체납액의 정리 비율이 낮은 지역은 현장활동을 강화하고, 주기적으로 소득·재산 변동상황을 점검해 재산 발견 시 체납처분 등 국세 징수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세정의` 실현은 바로 `경제민주화`로 가는 길이다. 대기업을 지원해서 `세계1등 기업`으로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조세의 형평성 확보는 더 중요하다.

대구시는 전국 17개 시도 중 체납세 징수율 1위에 올라섰다. 평균징수율이 16.8%인데 대구시는 37.9%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체납자의 숨긴 재산을 찾아내는 창의적·선도적 징수기법을 사용한 덕분이다. 폐업한 얌체 체납법인의 대주주 재산 및 미등기 고액 임차보증금을 발굴 적발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올해 7월 말 현재 체납액은 84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1억원이나 줄었다.

또 10월부터는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고성능 단속카메라를 장착하고, 대구시·지방경찰청·도로공사 등과 힘을 모아 상습·고질 지방세 및 과태료 체납 차량을 합동 단속키로 하고, 고액체납자에 대한 응징도 강화키로 했다. 500만원 이상 체납자에는 대출 제한을 위한 신용정보를 제공하고, 3천만원 이상은 명단 공개, 5천만원 이상은 출국금지 등으로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조세 포탈 체납자는 단순히 `얌체`정도가 아니다. 국가경제를 좀먹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런 범죄자에 대해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한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지하경제 양성화`를 내걸었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무서운 칼날`을 세우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삼엄·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