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산 고 김종원 장로가 설립한 선린병원과 김 장로의 사위인 전일평 총장이 경영하던 선린대학교가 지금 심각한 내홍에 휘말려 있다. 병원은 최근 최종부도를 맞아 법정관리에 들어갈 조짐이고, 대학은 8명의 교수를 중징계함으로써 다음 학기를 위한 임시강사를 뽑는다. 병원은 경영진의 배임 및 횡령 의혹이 불거지면서 병원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었고, 계속된 이권다툼으로 경영은 더 나빠졌다. 환자는 급감하고, 직원 임금은 장기간 체불됐다. 선린대학은 총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지금 재판 중이고, 총장퇴진운동을 벌였던 교수들이 `학교 명예 훼손 및 복무규정 위반`으로 해임·정직 처분을 받았다.

인산의료재단과 인산교육재단이 내홍에 휩싸이면서 포항의 사회시민단체들도 관심 있게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산에서 길을 잃으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란 말이 있다. 지금 `선린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이 말 속에 있다. `인산 김종원 정신`을 돌아보며 초심으로 돌아가면 병원이미지와 대학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고, 차츰 경영도 정상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선린병원 현관에는 큰 글씨로 `하나님이 고치시고, 우리는 치료한다`란 쓴 표어가 붙어 있다. 기독교 신앙심을 바탕으로 치료하겠다는 선언이다. 이 표어는 선린병원의 이미지를 고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경영진들이 그 정신을 깜빡 잊은 듯하다. 왜 패갈림을 해서 이권다툼을 벌였는지, 그것은 기독교정신이 아닌데, 표어와 행동이 왜 따로 놀았는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김종원정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북 출신인 인산은 포항에 있던 고모댁에 다니러 왔다가 6·25를 만났다. 추운 겨울날 포탄이 떨어진 구덩이 속에 전쟁고아들이 웅크리고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고 “이 아이들을 버릴 수 없다”며 소아과 의원을 차렸고, 수익금으로 고아들을 돌봤다. 그는 김일성 주치의를 지낸 의사였고, 포항에서 금방 명의로 이름을 얻었다. 그렇게 조성한 자산으로 선린병원을 꾸렸으며, 이 병원을 개인소유가 아닌 법인으로 등록했다.

인산은 80 고령이 될때까지 `선린병원 협동원장`직함을 가지고 의료활동을 계속하며 병원을 지켰다. 사리사욕은 전혀 없었던 것이 선린병원의 기본정신이었다.

그런데, 병원이 이권다툼으로 `부조리 병원`이란 오명을 쓰고, 대학이 총장과 교수 간의 다툼으로 내홍을 겪는 현실을 인산이 천국에서 내려다본다면 어떤 마음일까.

해결의 길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김종원정신을 되찾는데에 있다. `아홉 번씩 아흔아홉 번이라도 용서하는` 그런 마음만 잃지 않는다면 무슨 문제인들 풀지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