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해체기술종합연구센터 유치를 놓고 2파전으로 좁혀진 형국이다. 부산과 울산이 결합하고, 경북과 대구가 연합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건설`과 `해체`에 모두 비슷한 액수의 돈이 든다. 방사능이라는 위험물질을 취급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폐쇄해야 하는데, 폐쇄하려면 해체해야 한다. 그 해체기술을 연구하는 기관을 세우는데 1천473억원이 투입된다. 이 돈이 지역에 떨어지면 그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유치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3월 신청을 받아보니 8개 지자체가 의향서를 냈다. 그러나 2파전으로 좁혀지자 4개 지자체가 포기상태다. 유치 가망성 높은 곳이 경북 동해안지역과 울산·부산 동해안 지역이다. 국내 원전 23기 중 11기가 경북 동해안지역에 있고, 경주에는 중·저준위방폐장과 원전 6기가 가동중이며, 영덕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있고 원전 입지가 예정돼 있다. 울진에는 원전 6기와 신울진원전 4기가 있다. 포항에는 포스텍과 RIST, 제3·4세대가속기 등 연구인프라가 풍부하다.

부산 기장군에는 남권 원자력의학원, 중입자가속기, 수출용신형연구로가 있다는 것과 2017년 고리원전1호기를 해체하게 되니, 최적의 연구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점과 고리원전·월성원전 등 원전밀집도가 최상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경주시와 기장군이 팽팽히 맞선 상황인데, 연구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경주가 훨씬 윗길이다. 경북 동해안의 전 원전이 지원하고, 대학과 연구소가 많기 때문이고, 원전기술력을 보유한 포스텍ICT 본부가 포항에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원해연은 할 일이 많다. 방사성물질을 제거하는 제염술, 해체, 절단, 철거 등 총 38개의 기술이 투입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7개 기술만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기술을 이 원해연에서 연구해야 하고, 그것이 완료되면 우리도 해외 원전해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해체를 기다리는 원전이 많아서 기술만 있으면 이는 실로 블루오션이다. 빠른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인프라가 잘 구축된 입지를 선정해야 하는데, 경주 중심의 경북동해안지역이 무엇으로 보나 최선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장은 성사됐지만, 고준위방폐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실로 `엄청 높은 산`이다.

정부는 아마 `원해연과 고준위방폐물 처리장`을 패키지로 `끼워팔기`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도 나온다. 경주에는 이미 방폐장이 있으니, 정부는 경주를 향해 무언의 수담(手談)을 보낼 수도 있겠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시민공청회를 열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