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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가동중단 동국제강 포항2후판공장
직원들 당진·부산·인천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마당엔 잡초 무성·잔뜩 쌓인 H빔에 적막감 가득

▲ 8월 1일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동국제강 포항 2후판 공장. 마당에는 후판이 아닌 H빔이 쌓여 있고, 주변에는 잡초들이 무성하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적막강산입니다. 을씨년스럽기도 하고요….”

30일 오전 11시, 문이 굳게 닫혀 있는 텅빈 2후판 공장으로 안내하던 동국제강 현재홍 관리차장(42)이 한마디 툭 던진 말이다.

동국제강 포항 2후판 공장은 1일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

이미 설비라인 거의가 가동을 멈춘상태다. 벌어진 문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니 컴컴한 내부에 웅장한 설비라인이 길게 놓여있어 마치 거대한 무덤을 연상케 했다.

2후판 공장 주위에는 이름모를 잡초까지 무성하게 자라있고, 마당에는 후판이 아닌 H형강이 잔뜩 쌓여 있어 암울한 현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190만t의 후판을 생산하며 웅장한 기계에서 흘러나오는 굉음이 주위를 시끄럽게 해 인근 주민들의 소음민원까지 발생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하나 없는 텅 빈 공장으로 둔갑했다. 지난 2010년 당진 3후판 공장이 들어서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마침내 2012년 포항 1후판 공장이 폐쇄된데 이어 2후판 공장도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2후판 공장이 폐쇄되면서 협력사 직원 300여명은 이미 뿔뿔이 흩어졌다. 직영 직원 107명도 포항 형강·봉강공장에 38명이 재배치 됐고, 당진(48명), 부산(18명), 인천공장(3명)으로 떠났다.

조선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후판공급이 달리던 시절, 못산지 옆 사무동과 식당은 직원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현재 사무동은 엔지니어 연구실로 바뀌었고, 관리직원들은 예전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용하던 생산동의 낡은 사무실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을지로의 랜드마크였던 본사 페럼타워를 4천200억원에 삼성생명에 매각하고, 보유하고 있던 포스코강판 주식 58만8천주(9.8%·103억원)까지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후판 사업 재편 안이 확정되면서 기존 열연, 냉연, 구매, 경영지원본부로 구분된 기능별 본부에서 후판, 형강, 봉강, 냉연 등 4개의 제품별 본부로 바꾸고 구매본부가 이를 지원하는 구조로 재편했다. 서울 본사에 근무하던 현 차장도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지난 1일 포항공장으로 발령을 받고 내려왔다.

현재홍 차장은 “포항에 내려온지 아직 한달도 안돼 얼떨떨합니다. 생소한 분야라서 다소 혼란스럽네요”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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