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대부분의 학교들이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필자는 아침산책을 시작하면서 필자의 어휘력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필자는 어휘에 대한 정확한 의미보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정도의 이해에 그치면서 마치 그것에 대해 다 아는 양 떠들고 다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은 아마 필자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해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혹 독자 여러분은 방학의 사전적 의미를 아시는지. 학교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 필자지만 사전에서 방학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찾아본 건 부끄럽게도 이번이 처음이다. 방학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학교에서 학기나 학년이 끝난 뒤 또는 더위, 추위가 심한 일정 기간 동안 수업을 쉬는 일. 또는 그 기간` 분명 사전에서는 방학을 수업을 할 수 없는 기후적인 상황 때문에 `수업을 쉬는 일`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방학 모습은?

비록 방학을 했지만, 올해도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방학다운 방학은 없다. 한마디로 말해 방학은 죽었다. 특히 고등학교들은 당연하다는 듯 교과 보충수업에서 자율학습까지 방학 전과 똑같이 하고 있다. 말이 좋아 학생 선택 보충 수업이고, 자율학습이지 사실은 어쩔 수 없는 강제 보충 수업에, 강제 자율 학습이다. 강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청은 물론 학부모들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류 대학교에 가야하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의미야 어떻든 무조건 하나라도 더 외워야 하니까.

물론 이해는 간다. 지금 학부모들은 소위 말하는 일류 대학에 너무도 목말라 있는 사람이다. 그들은 최소한 자기 자식만큼은 일류 대학에 꼭 합격시켜서 자식 자랑하며 목에 힘 좀 주면서 살고 싶은 것이 로망인 사람들이다. 그러니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자식만큼은 학벌에 주눅 들지 않게 살도록 학원에 과외까지 시킨다. 그런 부모들이니 자녀들의 생각이야 어떻든 학교에서 하는 강제 보충수업에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필자 경험상 일선 학교에서 이뤄지는 여름 방학 보충 수업의 모습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왜냐하면 칠판과 교재에 의지해 나 홀로 수업하는 교사와 시원한 교실에서 잠을 보충하면서 교실에서 여름 피서를 즐기는 학생들의 모습이 필자의 눈에는 너무도 선하기 때문이다. 늘 말하지만 물론 모든 학교의 모습이 다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단언컨대 많은 학교들의 보충 수업 모습이 위에 묘사한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참 슬픈 이야기는 고등학교의 방학 보충수업이 이젠 중학교까지 내려 왔다는 것이다. 그래도 좀 다행이건 중학교 보충수업은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 학교들은 교육청으로부터 교부 받은 방학 보충 수업비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변화에 맞춰 학교 기능도 변하고 있다. `학교의 기능`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학교의 기능으로서 중요한 것으로는 국민형성·직업적 훈련·교양의 육성 등을 들 수 있다` 우리사회를 보면 여기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력한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보육(保育)이다. 초등학교의 돌봄 교실은 보육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 기능이 상급 학교들에도 해당된다는 것은 참으로 비참한 우리나라 사회 경제의 모습이다.

그래서 필자는 말한다. 이왕 방학이 사전적 의미대로 `수업을 쉬는 일`이 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제대로 된 특기 적성 수업을 하자고. 국영수도 하고, 또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활동도 열심히 하자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방학도 학생들에게 설렘을 주는 살아 있는 방학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