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휘<br /><br />서울본부장
▲ 안재휘 서울본부장

`묘두현령(猫頭懸鈴)` 또는 `묘항현령(猫項懸鈴)`이라는 속담이 있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는 뜻인 이 속담의 문헌설화는 홍만종의 잡록 순오지(旬五志)에 나온다. 고양이의 공포를 견디다 못한 쥐들의 대책회의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자”는 좋은 의견이 나와 모두 감탄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누가 고양이 목에다 방울을 달 건가?”라는 물음에 아무도 나서는 쥐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정치개혁 방안의 하나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안을 내놓았다. 새정연 혁신위 김상곤 위원장은 이와 관련, “지역구 의원 수 246명을 유지한 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2대1(지역구 대 비례)`의 의석 비율을 적용하면 의원 정수가 369석이 돼야 하며, 현행 정수를 유지할 경우 지역구는 46명이 줄고 비례대표는 100명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원세비 삭감 등을 통한 국회총예산 동결 변명을 덧댔지만 사족이다.

새정연 이종걸 원내대표는 한 술 더 떴다. 이 원내대표는 “의원정수를 지역구 260명, 비례대표 130명 등 2대1의 비율로 확대 조정해 모두 390명으로 대폭 늘리자”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위의 안을 정치개혁을 주도할 첫 번째 아젠다로 낼 것”이라고 말했지만, 당내에서부터 시끌벅적 논쟁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금기시돼온 의제임에도 새정치연합이 이처럼 용감하게 꺼내들고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붕당의 속성이 그러하듯, 새정연 혁신위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은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일단 혁신을 빙자하여 선거제도를 자기 패거리에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진보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비례대표를 늘리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계산법을 갖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국회의원들에게 `국회`라는 이름의 소중한 `정치` 공장을 맡긴 주주들이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주머니를 털어 제공해준 세금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용하여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정책`들을 생산해내면서 행정부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작금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을 만족시켜주는 `정치`공장이 결코 아니다. 거기 종사하는 국회의원들이 한 번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생산성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걸핏하면 잔업 미루고 불법파업에 태업을 일삼고, 틈틈이 사욕에 갇혀 온당치 못한 부조리나 탐하는 엉터리 종업원들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동생산성 증대는 동일한 양의 노동을 투입하고도 생산량이나 부가가치 산출물을 더 많이 얻거나, 더 적은 양의 노동을 투입하여 동일한 산출물을 얻었을 때 비로소 입증된다.

지금처럼 형편없는 생산성은 외면한 채 노동력과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낯 두꺼운 생떼에 지나지 않는다. 정치권 일각에서 뜬금없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선거구 조정`과 `분열 위기`앞에서 동패세력의 응집력을 높이려는 얕은 꾀로 의심받기 십상이다. 아마도 요즘 정치인들 사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안을 모색하는 꿍꿍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민심 고양이들의 예민한 감각까지 속여 넘길 묘책들이 정말 있을까.

안심하고 방울을 달도록 목을 순순히 내줄 고양이들이 과연 있을까. 잘못하다간 고양이에게 콱 물릴 수도 있다. 국회의원 수(數)가 모자라서 우리 정치가 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동력과 투자를 늘렸을 때 비례하여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확신이 들도록 하기만 한다면, 500명인들 마다할 이유가 왜 있으랴. 그게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