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혜 전

아스팔트 밑에 도시가 숨었나?

(…)

밤, 비가 오면

승강장에 서 있던 나는

발밑에 누워있는 나를 본다

아스팔트 밑으로 스며들고 있는 도시를 본다

빗물에 녹아난 어둠도 본다

안경을 고쳐 쓴다

고쳐 쓴 안경을 호주머니에 넣고

아스팔트 밑에 숨은 도시로

걸어 들어간다

밤, 비가 내리는 도시의 서정을 특유한 발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현대인, 도시 사람들이 겪는 슬픔 혹은 한계들을 보여주고 있다. 단절되고 은폐되거나 무관심과 폐쇄되어버린 문명 혹은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위기의식 같은 것이 시 정신으로 숨겨져 있다. 기껏해야 안경을 고쳐 쓰는 일 밖에 할 수 없는 도시인의 한계에 깊이 공감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