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열 살, 2002년 그 해는 붉은 악마들로 가득 차 있었다. 도시의 곳곳에는 기쁨의 환호성과 붉은 물결이 언제나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군인 몇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게 내가 알던 전부였다.

막연히 통일이 되어 군대가 없어지길 바라는 초등학생. 군복을 입고 총을 든 내 모습을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 되었다.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내가 연평해전이라는 영화를 통해 다시 받아들이게 된 2002년. 그 해는 내가 알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들은 월드컵 승리의 기쁨과 환희 대신 눈앞에서 빗발치는 총알들과 누구의 것인지 모를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을 바라보며 어린 살과 피부를 비집고 들어가 여문 근육 속에 박힌 탄환과 함께 두려움과 고통, 공포 같은 것들을 처절히 느꼈을 것이다.

또 남아있는 자들의 몫일 비탄과 슬픔 역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멈춘 시간 속에 있을 그들의 나이는 지금의 나와 내 친구들의 나이였고, 그들의 먼지 쌓인 꿈은 가슴에 고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야 내 가슴 한편에 묵혀둔 낡은 단어를 끄집어내본다. `호국보훈` 철제무기의 싸늘함과 한물간 시대정신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외면할 수 없다. 아니, 외면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등을 돌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전쟁을 추앙해서는 안되지만, 현실을 눈감고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부정하고 비난하기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두 눈을 뜨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젊음들이 당신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감사하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며 사랑하고, 가슴 한 편으로 떠나간 그들을 기억하자.

우리의 평화와 안정은 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최혁열(영주경찰서 112타격대 일경)

    최혁열(영주경찰서 112타격대 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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