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각오다. 일본은 `궁성 주변의 노송`만 살리고, 다른 지역의 소나무들은 포기했다. 일본은 소나무 대신 `삼나무`를 대거 가꾸었지만, 봄철에 꽃가루가 많이 날려 호흡기병을 유발시켰다. 우리나라는 재선충 발병 초기부터 본격적으로 덤볐는데, 특히 포항시는 관련 부서 전 직원이 적극 매달려서 “전국에서 재선충에 가장 잘 대처한 지자체”란 평가를 들었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해서 소나무에 감염되고, 번식력이 왕성해서 한번 감염되면 급속히 퍼져서 물이 올라가는 관을 막아 소나무를 말려 죽인다. 소나무에이즈라고도 불리우는 이 해충은 솔수염하늘소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이를 박멸하지 않으면 근절이 어렵다. 이 곤충은 7월 초에서 8월까지가 `번데기가 성충으로` 자라는 우화기이므로 이 시기에 항공방제나 지상방제로 이를 박멸해야 한다.

경주시는 산림청 헬기를 이용해 2주 간격으로 4차례 약품을 살포하는데, 주택가나 양봉농가, 가축농가 등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는 직영방제단 2개팀 26명을 투입해 방제차량과 연막소독기로 지상방제를 한다. 특히 재선충이 심한 양남면이나 강동면 일대에는 생물학적 방제인 페로몬유인트랩을 설치해 솔수염하늘소를 유인해 잡는다. 경주시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산들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으며, 야외박물관이란 불리우므로 병충해와 산불 방지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포항시는 소나무재선충 박멸에 본격적으로 나서 지난 4월 `감염목 100%가까운 제거`를 발표하기도 했다. 산림녹지과 전 직원이 동원돼 재선충과의 전쟁을 벌이는 포항시는 감염목 제거와 함께 조경업체와 찜질방 등을 돌며 소나무류 사용 여부를 조사하고, 소나무 이동에 대한 특별단속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아침 6시부터 항공기를 점검하고, 773곳에 설치한 메로몬 유인 트랩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7㎞의 산길을 오르내리는 수고를 감수한다. 또 10월부터 12월 사이에는 피해 고사목 전수조사를 해야 하니 연중 쉴틈이 없다.

경북도가 신도청 부지에 `천년의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본래 소나무들이 많은 지역인데, 이 곳에 상수리·신갈·졸참나무 등을 심어 다람쥐나 너구리 먹이로 하고, 단풍나무와 꽃을 심고, 새들의 먹이가 되는 열매식물를 가꾸고, 연못에는 수생식물을 심는 등 생태형 숲을 조성할 것이라 한다. 숲이라면 흔히 솔숲을 생각하기 쉬우나 소나무 외의 다양한 나무와 꽃을 심어 생태숲을 만든다니, 재선충을 피할 수 있겠다.

소나무재선충과의 전쟁에는 일반시민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등산객들은 어디 고사목이 없는지 살피고 발견하면 그 정확한 위치를 시청에 전달하는 감시원 구실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