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생명의전화를 찾아(上)
지금 희망의 수화기 드세요

▲ 안인수 포항생명의전화 이사장(앞줄 왼쪽에서 여섯번째)과 관계자들이 23주년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생명의전화 제공

“한 통의 전화가 지닌 힘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포항시 북구 우현동 대동우방상가 2층에 마련된 50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만난 포항생명의전화 이정미 실장은 작은 체구와는 달리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분이든 3시간이든 통화를 하고 나면 마음을 새롭게 다잡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도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수화기 넘어 사랑을 전합니다”고 말했다.


상담원 80명 5교대로 24시간 365일 상담
자살·폭력·우울증 등 한달 600여건 진행
“내담자 마음 새롭게 다잡을 때 보람 크죠”


자살예방 및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인 `포항생명의전화`가 지역 내 심리적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위해 생명존중과 사랑실천 이념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생명의전화는 1862년 호주 시드니에서 감리교회 목사인 알렌 워커 박사가 한 청년의 자살 위험을 알면서도 막지 못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훈련된 자원봉사상담원이 24시간 대기해 전화 상담을 해주는 사회봉사운동으로 `도움은 전화처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신념 아래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는 1969년 이영민 목사에 의해 알려졌으며 1976년 최초의 전화상담센터로서 자원봉사 운동이 시작됐다. 한국생명의전화는 현재 전국 19곳에서 운영 중이며 지난 1992년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포항에 센터가 마련됐다.

포항생명의전화는 지역사회 내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을 위한 전화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상담원들은 24시간, 365일 전화 상담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생명의 중요성을 알리고 믿음과 용기를 전한다. 지난 2000년부터는 가정폭력상담도 함께 진행 중이다.

포항생명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건, 매월 평균 600여건으로 총 7천204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이 중 전화상담이 6천518건을 차지하며 가정폭력상담은 686건이나 된다. 그 중에서도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위한 자실 및 폭력, 우울증 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센터 관계자들은 청소년들이 직접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생명존중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참가한 뒤 눈에 띄는 변화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생명존중`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그 의미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생명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알리는 경험을 통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정미 실장은 “모든 일을 어둡고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청소년들이 상담을 통해 점차 표정이 밝아지고 폭력적인 성향도 줄어드는 모습을 볼 때 감동을 느낍니다”라며 “인간은 존재 자체가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삶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특별히 더 애정을 갖고 다가갑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밑거름에는 매일 5교대로 나눠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70~80여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교통비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3개월간의 견습기간을 거친 후 전화기 넘어 목소리를 통해 위기의 이웃을 구한다.

김남순 소장은 “센터 내 직원들 중 자원봉사자로 생명의전화에 첫 발을 디딘 이들이 있습니다. 전화상담사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감동해 `나도 상담원처럼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원봉사자가 된 경우도 있고요. 이런 놀라운 고백을 들을 때 마다 전율을 느낍니다. 한 통의 전화로 맺어진 인연이 돌고 돌아 결국 사랑의 열매를 맺게 된 것이죠”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24시간 위기전화상담실 포항생명의전화(054-272-9191)와 경북자살예방센터(054-252-9176), 가정폭력상담소(054-242-0015)가 상담을 받고 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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