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피해가 엄청나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0년대 이후 전후(戰後) 베이비부머세대들은 성장률 7%대를 구가했고, 당시 취업전선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90년대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취업이 어려워졌다. 2%대로 떨어지면 취업률이 더 추락할 것이다. 관광 등 서비스 업종과 소비심리를 추스려야 하고, 연이은 FTA로 낙담한 농어업을 지원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일이 발등의 불인데, 현실은 이에 너무 인색하다.

은행권이 메르스 피해 업종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8천50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지만, 집행이 지지부진이다. 기껏 생색만 내고 마는 것인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이 최근까지 집행한 신규대출 및 만기연장은 `마련된 재원의 2%대`에 머물러 있다. 대출지원이 이처럼 저조하자, 금융감독원장은 “메르스 관련 대출 취급 과정에서 금융회사 임직원의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금감원은 취급자에 대해 부실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일하다가 접시를 깨도 문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은 `대출사고`를 제일 경계한다. 부실대출에 대한 문책이 엄중하니 은행원이면 누구나 모험을 피하려 한다. 확실한 담보를 요구하게 되고,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인적담보를 확실히 세운다. 그 인적담보의 피해가 얼마나 컸던지 “죽은 조상이 살아 돌아온다 해도 은행빚 보증은 안 선다”는 말까지 생겼다.

메르스 피해자와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서도 `까다로운 절차`는 여전하다. 다만 금리를 조금 낮췄을 뿐이다. 그러니 담보가 부실한 영세업자들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메르스 피해자를 금융권이 돕는 것은 타당하지만, 은행도 `장사`인 한 손실을 감수하라고 요구할 수 없고, 금융감독원장이 “접시를 깨라”고 독려하는 것도 기실은 `보여주기 생색용`일 수 있다. 그러니 정부가 국민세금을 담보로 `지급보증`을 해줄 수밖에 없다.

인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경북도의회 조주홍 의원은 “전국에서 가장 면적이 넓고 농업종사자가 많은 경북의 농어업 예산비율이 지난 5년 내내 떨어졌는데, 농어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경북도는 농축산, 수산부문 예산 비율을 5년전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했다. 걍북도의 전체예산 대비 농어업 예산은 지난 5년간 계속 줄어들다가 올해는 1.07%에 불과하다. FTA시대에 더 늘려야 될 일인데, 아무래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경북도는 저수지 준설사업비 25억원을 지원한다는데, 대통령이 `저수지 준설`을 언급하고 지시를 하자 비로소 마련된 예산이다. 농민을 바라보는 행정이 아니라 대통령 눈치나 보는 행정이란 비난을 듣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