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영 순

생일선물로

남편이 사다준 수련 한 포기

돌함지에 가부좌 틀고 앉았다

며칠을 형광 내음속에 졸고 있더니

어느 아침 고개숙인 꽃봉오리

연록 잎새까지 다붓이 져갔다

이사를 잘못 왔나보다

손발 잘린 수련이 눈치챌세라

살풋이

볏 바른 뜰로 피접시켰더니

오 놀랍게도

두런거리는 햇살의 메시지를 받고

저 힘찬 손짓들

그렇구나

내가 살아간다는 건

당신이 나를 해바라기하는

그 울림으로

오늘도 따뜻한 하루였구나

납작 물 위에 엎드려 고운 꽃 한 송이 피우는 수련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다감하기 짝이 없다. 남편의 선물로 받은 수련 한 포기, 저 수련이 피워 올린 고운 꽃송이처럼 평생을 반려하면서 피워 올린 생의 꽃이 고와서, 이제는 저 수련처럼 물 위에 평평히 떠 평화롭고 곱게 살아가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수련의 힘찬 손짓들에서 시인은 듣고 있다. 돌함지에 담아두고 바라보는 자신의 마음이 따스하기 그지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