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연예인·셰프 등 출연
TV `쿡방` 프로 인기몰이
“저 정도 요리 나도 자신”
지역 요리학원마다 북적

최근 TV화면 속 남성을 중심에 세우고 이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담아 낸 방송 프로그램인 이른바 `쿡(cook)방`이 인기를 얻으면서 지역 내에서도 요리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넥타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리모컨이 아닌 국자를 쥔 남성들이 여성의 고유영역이었던 주방에서 여심(女心)을 녹이며 여유(餘裕)까지 찾고 있다.

`요리하는 남자`에 대한 인기의 발단은 앞치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연예인들이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요리 실력을 펼치면서부터다. 특히 tvN `삼시세끼` 프로그램에서 배우 차승원이 홍합짬뽕, 우럭탕수, 매운탕 등 고난이도의 요리를 손쉽게 만들자 `차줌마(차승원+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관심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케이블 방송인 올리브TV의 `오늘 뭐 먹지`에서도 개그맨 신동엽과 가수 성시경이 각자의 요리 솜씨를 뽐내고 있다.

이처럼 TV 방송을 통해 요리하는 남자연예인은 물론 남성셰프(요리사) 등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평소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요리에 도전하고자 앞치마를 두르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남편 조모(33·북구 양덕동)씨는 평소 요리 프로그램 애청자로서 6개월째 외식 대신 직접 저녁식사를 준비해 집에서 차려먹고 있다. 그는 “처음엔 요리하는 과정을 시청만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저 정도는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치찌개, 닭갈비 등 몇 가지 음식을 만들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주 아이들 소풍날엔 김밥도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남자들의 요리 관심은 요리학원을 향한 발길로도 이어지고 있다. 북구 죽도동의 A요리학원은 지난 4월 기준 전체수강생 중 남자 비율이 30% 정도를 차지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명 늘었다고 밝혔다. 환호동의 B요리학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싱글` 남성수강생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을 위한 일식 또는 이탈리아요리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지역 내 요리학원 관계자들은 `남자수강생들은 열정이 남다르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부족한 요리실력 또는 부모의 권유로 인해 자의반타의반으로 학원을 찾는 여성과는 달리 남자수강생의 경우 기본적으로 요리에 관심을 지닌 이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얻고자 자발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수업에 보다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상원동의 C요리학원에서 3년째 수강 중인 김모(47·북구 용흥동)씨는 “매번 새로운 요리를 배워 아내와 딸에게 선보일 때마다 설렘의 느낀다. `밥 달라`고 말하는 대신 직접 재료를 손질해 한 끼 뚝딱 해결하기 시작하면서 아내가 더 좋아한다”고 웃었다.

북구의 `지미방` 요리학원 김현택 대표는 “요리는 남성들 사이의 새로운 소통의 매개체”라며 “남자수강생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공통 관심분야인 요리에 대해 소소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자연스레 대화가 늘고 웃음도 많아졌다. 앞치마를 두른 남성들이 여심을 흔드는 것은 바로 `요리의 힘`이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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