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아카시아꽃 개화 빨라 꿀채취 어려워
생산부진에 경영난 가중… 벌 사육 포기도

▲ 심한 기온 변화와 생산 부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 등으로 양봉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매일 DB

최근 수년간 들쭉날쭉한 기온 변화로 고충을 겪고 있는 지역 양봉농가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짝` 유행했던 `허니 시리즈` 열풍으로 한동안 호황을 누리는가 싶었으나, 올해 역시 아카시아 꽃이 빨리 피어 채밀을 어렵게 했고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발효되면 저렴한 외국산 꿀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8일 포항기상대에 따르면 평년에는 5월 초 개화하던 아카시아 꽃이 지난해 4월 29일, 올해는 이보다 일주일이나 앞선 4월 22일 개화했다. 사계절이 있어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이처럼 개화시기가 앞당겨지면 꿀벌이 다 자라지 못해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변화가 심한 기온과 생산 부진으로 인한 경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봉 농가가 늘어나자, 국내 꿀벌 사육 가구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1993년 4만3천598개에 이르던 꿀벌 사육가구는 지난해 집계된 2013년 현재 기준 1만9천903가구만 남았다. 20년만에 꿀벌 사육가구가 54.3%나 감소한 것이다.

이 중 재래종 사육가구의 경우 5년 전 도래했던 토종벌의 `에이즈`라 불리던 `낭충봉아부패병`이 창궐하며, 지난 2010년께 토종벌의 80% 수준이 폐사했고 국내 재래종 사육 농가의 90%가 이로 인해 사라지는 등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향후 베트남과의 FTA에서 천연꿀에 대한 관세가 완전철폐되면 국내 양봉 농가들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내 한·베트남 FTA가 발효되면 현재 243%인 베트남산 꿀 수입 관세율은 단계적으로 철폐돼 15년 뒤인 2030년에는 무관세로 들어올 수 있으며, 베트남산 꿀은 지금도 1㎏당 2.6달러~2.7달러 즉, 우리나라의 10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어 가격 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 한국양봉협회와 농림축산식품부는 FTA관련 대책을 마련하고자 협의 중이지만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양봉업에 종사하는 포항의 한 농민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꿀의 주 밀원인 아카시아 꽃이 예전에는 3주 정도 피어 있었다면 근래에는 길어봤자 2주 정도에 불과하다”며 “생산량은 줄어드는데 생산비는 늘고, 경기는 어려워 저렴한 수입꿀이 대거 들어오면 살아남는 농가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비단 양봉 농가에만 위협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꿀벌은 농작물 및 야생식물 등에 화분 매개(꽃가루받이)로 생태계질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양봉 농가가 줄어들수록 토종 꿀벌 역시 보존하기 힘들어 질 수 있다.

경북대 원예과학과 강인규 교수는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꾸준하게 이뤄져 착과를 돕는 벌이 보급되고 있어 꿀벌이 줄면 과수농에 타격을 당장 주지는 않겠지만, 생태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고세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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