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응 인

태풍에 꼿꼿이 맞서 침을 세우던

전나무가 넘어졌다

마지막까지 지켜왔던 팔, 다리, 몸통이

전기 톱날에 토막나

한 나절 만에 실려 나간다

그 옆에 늙은 아카시아나무

손가락 마디, 어깨까지 분질러지고

풀어헤친 머리칼 반 넘어 빠진 채

살아 넋 놓고 있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태풍에 넘어지는 전나무처럼 엄청난 시련 앞에서 넘어지고 꺾이는 인생들이 부지기수다. 크고 작은 시련 앞에 병들고 상처입은 인생들이 또 얼마나 많은가. 망연자실하여 넋을 놓고 바라만 볼 수 있는 일도 아닌 것이다. 나에게 혹은 이웃들에게 이러한 태풍은 수도 없이 불어오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견디고 이겨나가는가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한 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