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지 우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이 없는 나의 폐허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이 시는 사랑의 폐허를 고백하고 있다. 사랑을 잃은 그 폐허의 자리에 자신만이 덩그러이 남는다는 자폐적인 느낌이 들게 하고 있다. 온전히 자기 자신을 몰입했던 사랑이 깨지면서 아픈 사랑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폐허가 되어버린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자책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