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 순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

죽어 물이나 되어서 천천히 돌아가리

돌아가 고향하늘에 맺힌 물 되어 흐르며

예섰던 우물가 대추나무에도 휘감기리

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 보리

살아생전 영영 돌아가지 못함이라

오늘도 물가에서 잠긴 언덕 바라보고

밤마다 덮치는 물꿈에 가위 눌리니

세상사람 우릴 보고 수몰민이라 한다

마을아 억센 풀아 무너진 흙담들아

언젠가 돌아가리라 너희들 물 틈으로

나또한 한많은 물방울 되어 세상길 흘러 흘러

돌아가 고향하늘에 홀로 글썽이리

댐 건설로 대대로 이어오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쫒겨나온 수몰민들이 애환을 그린 이 시는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온 아픔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원천이었던 고향의 산하를 물려주고 낯선 타향에서의 뿌리 내림이란 참으로 힘들고 어려움이 많다. 언젠가는 물이 되어서라도 그 곳에 가 닿고 싶다는 시인의 애절한 목소리에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