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인 자

그 어느날부터

이 들녘엔 밟혀도 꺾이지 않는 풀들 피어났습니다

하얀 언덕 위로

해가 떠오르면

불길처럼 댕겨오는 기억하나 데려다놓습니다

제복 입은 그들이

새벽의 시간을 정지시킨 그 날

거친 발 아래서도

상처 깁지 못한 고운 손들 움켜잡으며

부드다부르다 끝나지 않은 노래도 들렸습니다

한 시대의 금이 지워지지 않은

고운 사람들 사는 그 남녘

지금 노래는 꽃으로 피었겠지요

남도 오월의 아픔과 그 한스러움이 어찌 몇 줄 시나 몇 가락 창으로 다 풀려지겠는가.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가 아직도 선연하게 남아있는 현실을 시인은 같이 아파하고 있다. 총검에 도륙당하며 끝내 다 부르지 못한 한 맺힌 노래를 다시 듣는 시인의 가슴에도 오월의 남녘에 피어오르던 꽃들이 피어나고 있음을 본다. 아직도 이땅에는 밟아도 꺾이지 않는 풀들이 피어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