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수 경

소나무는 제 사투리로 말하고

콩밭 콩꽃 제 사투리로 흔드는 대궁이

김 매는 울 엄니 무슨 사투리로 일하나

김 매는 울 올케 사투리로 몸을 터는 흙덩이

울 엄니 지고 가는 소쿠리에

출렁출렁 사투리 넌출

울 올케 사투리 정갈함이란

갈천 조약돌 이빨 같아야

소나무도 콩꽃도 자기만의 사투리로 서로 소통하며 짧은 생을 이어간다고 믿고 있는 시인은 땡볕 아래 김 매는 엄니와 올케의 사투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들의 사투리, 소통의 도구에 대한 언급이 아니라 땡볕 아래 힘겨운 시집살이를 하며 건너가는 한 많은 여인네들의 가슴에 묻힌 말들에 대한 언급이다. 고단하고 힘겨운 삶이지만 이 땅의 여인들은 하고 싶은 말들 가슴에 꼭꼭 묻어두고, 거칠고 엉뚱한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를 내뱉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