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학 주

들소들의 영혼이 투욱투욱 흙 파는 소리가 들리면

적막 구덩이에 옥수수 알갱이가 몇 알 떨어지구요

아카시아나무가 반 살다 놔둔 아카시아 가지들

그 위에서 첫 우기를 놓친 새끼 새도 한쪽만 살아 있으려나봐

이렇게 경사로로 둘러싸인 인생이 구릉을 넘을 때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 있는

벗은 나무 하나에 기대어 물어 봤습니다

땡볕에 타들어가는 아프리카의 환경을 얘기하면서 시인은 애기처럼 부드러운 물이 남아있는 나무를 상상하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황폐하고 엄청난 불모의 땅에서 더 살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 그 상상의 나무에게 물어본다는 것인데 이 물은 속에는 극복과 견딤의 강한 의지가 내포되거나 전제되어있는 것이리라. 구원을 꿈꾸는 시인의 간절한 바람이 잘 나타나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