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해 자
겨울이 가고 어느새 나뭇잎은 무성해지고
누군가는 또 병들었다
내 앞의, 내 안의, 또 내 뒤의 고단함에 지쳐
병석에서 뱃살만 늘려온 나는
죄만 늘려온 나는
아니다 아니다 고개만 흔들어온 나는
지금 한밤중이다
미망의 자의식 속으로 빠져드는 시인은 생을 깊이 관조하고 있다. 노동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시 쓰기에 혼신을 바쳤던 자신의 시간들이 병으로 멈추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병석에서 뱃살만 늘리는 처지에 대한 자의식과 함께 언젠가는 병을 극복하고 나가 더 뜨겁고 치열하게 살아가겠다는 자기응시와 결의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