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하 림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본다 사나이는 다시

걸음을 옮긴다 어디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황혼과 나무, 사나이의 욕망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열되고 있다. 시인이 보여주는 각각의 장면들이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온전하고 아름다운 전체의 풍경을 이루는 참 의미 있는 시적 기법을 본다.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시간들에 충실하며 이런 삶들이 모여서 풍요롭고 우리가 꿈꾸는 삶이 아닐까. 내 중심으로 내 욕망대로 이뤄져가기를 바라는 요즘 시대를 향해 던지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