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지 우

장승백이 삼거리에는, 봉천동 방면과 신림동 방면을 화살표로 갈라놓은 이정표가 걸려 있다. 그 봉천(奉天)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설레었다. 아, 나는, 몇 번이고 마음의 두만강을 건너간다. 그 푸른 물, 그 모래바람, 그 갈대밭을 마음으로만 건너간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고향을 버리고 처자식 노부모를 버리고 제 목숨까지 버리고 그 기약 없는 길로 떠났을까

봉천이라는 글자만 보아도 가슴이 아려오는 시인의 역사인식을 본다. 일본에게 나라는 빼앗기고 그 억압과 궁핍의 세월을 뜨겁게 살아온 선인들의 삶, 처자식과 노부모와 고향을 버리고 두만강을 건너 만주 봉천으로 떠났던 사내들의 기막힌 가슴을 헤아리는 시안이 깊다. 시안은 갈대밭의 황량함을 바라보면서 망명도생에 거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떠올려보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