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저도 한 무늬라고

봄 바다가 펼쳐놓은 화판 위로

황사 바람 며칠째 객토를 싣고 들이닥치는데

이 욕설 어디다 부릴까, 육지 쪽으로

거품 물고 몰려가는 파랑 좇아

나 또한 버릴 생(生)이 있다는 듯

멀건 낮달로나 간다, 봄은, 추억의 하역에만

몇 개 섬들이 생겨나리라

저 수위 휘젓다 못해 구차한 흙덩이

황해 온통 이녕으로 끓이는데, 착시 탓인지

갈매기 몇마리 경적높이에서 사라진다. 또 봄!

출렁거리는 멀미 진흙에 섞으면

어떤 무늬 수평 저쪽까지

너울대며 번져갈까

황사가 덮쳐오는 봄바다에서 시인은 어둡고 우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봄바다는 훈풍을 실어오기도 하고 희망찬 새물결이 밀려오는 곳이다. 움츠리고 웅크린 겨울바다의 차가운 물결과 바람을 뚫고 아롱아롱 따스한 아지랑이를 몰고 오는 곳이 봄바다가 아닌가. 그런데 가볍고 화사한 느낌과는 상반된 무겁고 칙칙한 황사가 몰려오는 봄바다는 견디기 힘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답답하고 갑갑한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