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 철

여기까지 오는 데 힘들었습니다. 되돌아보니 열 몇 살이 아득히 먼 바다 같습니다. 어릴 때 기차 타고 내려와 살다 섬에 왔습니다. 꽃이 서른 번은 더 피었다졌습니다. 이제 바다 물소리 가까이 들려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즐거웠습니다. 나뭇잎 몇 번 흔들릴지 알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힘겹게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보는 시인의 가슴이 젖어있다. 결코 후회하거나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 먼 바다 같은 격랑의 시간들도 있었고 홀로 항해해간 외롭고 지친 시간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힘겨운 시간들도 정겨운 물소리로 들리는 극복과 적응의 시간들로 승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힘겨운 시간들이었지만 즐거웠고 고마운 시간들이었음을 고백하는 시인의 성숙한 성찰에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