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방제현장 인부들
필수 안전장비 없이 작업
농약 등 위험물에 무방비
형식적 관리감독도 문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에 투입된 현장 근로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채 작업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포항시는 한반도의 `재선충 수도(극심 지역)`라는 오명을 씻고자 3일 현재 하루 54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재선충 방제작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의 발주를 받은 일부 시공사는 근로자들에게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작업을 강행하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는 “시의 직영 방제단은 각종 안전장비를 지급받아 작업을 하는 반면, 일부 도급인력들은 최소한 장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시로부터 안전장비 구입을 위한 비용을 받고도 근로자들의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에 너무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방제작업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훈증법에 사용되는 농약은 인부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되고 있다. 시는 메탐소듐(Metam-sodium)을 원료로 한 킬퍼, 쏘일킹 등의 2가지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이 약품은 사람의 피부에 닿으면 피부 발진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현장근로자도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 작업근로자 A씨(52)는 “시공사가 장갑과 마스크 등 작업 시 필요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훈증작업을 할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있다”면서 “손과 팔목 등에 약품이 닿으면 따끔따끔하고 피부가 트는 등 문제가 생기고 있지만, 흐르는 물에 씻어내면 된다는 말뿐이어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장의 실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안전홍보활동으로 그치는 시와 산업안전 감독기관의 관리감독 역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은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포항을 비롯한 경주·영덕지역의 재선충 방제현장 6곳에 대한 안전점검과 지도를 수행했다. 하지만 작업자들의 장비 미비 등 지적사항을 단 한 건도 발견하지 못했다. 산재예방지도과 김성도 담당은 “산림조합과 함께 실시한 점검은 행정·사법조치를 위한 점검 및 단속의 목적보다는 현지 시정과 안전 당부를 위한 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시가 시공사에 지급하는 비용에는 안전장비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라면서 “안전장비를 얼마나 지급하고 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지만, 현장근로자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앞으로 관리감독에 더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선충 방제작업 현장은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실제로 방제활동이 활발해지는 3~5월에는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는 실정이다.

지난해 4월 24일 울산시 남구 선암 호수공원 인근에서 피해목 제거작업인부 B씨(53)가 넘어지는 나무에 맞아 숨졌다. 이보다 앞서 23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 목섬의 벌목작업장에서 C씨(57)가 1~2m 크기로 잘린 소나무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는 등 지난 한 해 동안 수십 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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