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태 천

결국에는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종점의 버스들, 나는

불빛에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고

정지한 듯 움직이는 빗방울을

투명한 눈으로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누군가 버리고 간 우산으로 비를 가리고

간판의 불빛이 터주는 희미한 곳으로 걸었다

우리의 처음은 초식동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되어 지금의 우리는 우수에 찬 도시의 유랑민들이 되어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길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결국은 자기의 생명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천리다. 언젠가 마지막은 초식동물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허망하기 짝이 없지만 거역할 수 없는 진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