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도시 포항 실현, 강소(强小)기업 육성이 답

▲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앞줄 왼쪽)과 이강덕 포항시장(가운데)이 창업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독일이 2000년대 들면서 글로벌 리딩국가로 도약하며 유럽연합(EU)의 최대 경제대국이자 세계 3번째 수출대국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이 뭘까. 다름아닌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으로 불리는 1만5천여 개의 강소기업과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불리는 400만 여개의 중소기업들이 핵심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체 고용의 70%를 담당하면서 독일을 명실 공히 제조업 명품국가로 만들었던 것이다.

중소기업 키워 `유럽의 병자` 탈출한 독일 사례 롤모델로
철강 일변도 산업구조 탈피하고 과학 인프라 적극 활용
국내 첫 민간 주도형 창조경제혁신센터서 중추적 역할


□독일의 강소기업 육성이 롤모델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 대부분의 선진국은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오히려 대기업보다 높고 그 둘 간의 격차 또한 크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효율성은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효율성이 높을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효율성 격차가 적을수록 국가 경쟁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강소기업 육성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일만의 기적`을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견인했던 포항이 강소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영일만 기적`의 역사를 쓰기 위해 발 빠른 행보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영일만의 작은 어촌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포항이 오늘의 발전을 이루게 된 중심에는 세계적인 기업인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장기불황을 맞으면서 일부에서는 이 같은 산업구조가 포항 경제에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철강산업은 경기변동에 민감해서 산업구조 고도화와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항은 기존의 철강에만 의존하는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이미 확보하고 있는 장점을 더욱 살리는 한편, 동해안 지역의 산업 허브로서 타 지역과 협력과 상생을 이끌어 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정부가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수출 균형경제`를 중심으로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최근 우리 사회 최고의 화두는 단연 `경제 살리기`다. 특히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경제`가 핵심으로 꼽히는 가운데, 포항시 역시도 민선6기 출범과 함께 철강산업 일변도의 산업구조로 날로 침체해 가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도시의 재생을 위해 `창조도시` 건설을 목표로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 지난해 12월 17일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기를 직접 작동해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지난해 12월 17일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기기를 직접 작동해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창업 활성화에 심혈 기울여

포항시는 우선 지난해 9월 3일 `창조도시` 건설을 위한 사회 각 부분의 협력과 조정을 담당할 추진협의체인 `창조도시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강소기업 육성과 물류산업 육성, 해양관광산업 육성, 행복기반 조성 등의 4대 전략을 통해 구체적인 `창조도시`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포항이 가지고 있는 세계수준의 첨단과학 인프라를 활용해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강소기업`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포스코와 철강단지와 같은 규모의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창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엇보다도 포항시는 4대 전략 가운데 핵심 과제인 강소기업 육성과 관련해 창업 활성화를 위한 부분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일반 기업에 비해 고용 증가율은 약 5배, 수출 증가율은 2배에 달하는 등 일자리나 수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최근 기술창업이 일반창업에 비해 1/4이상 감소하는 등 기술창업 열기가 크게 식은 상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층의 창업과 성공을 돕기 위해 전문 투자회사와 실험실 공장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10여 년 전, 외환위기 직후에 벤처 창업의 붐이 성장 동력의 역할을 했던 것처럼 제2의 기술창업 붐의 불씨를 지핀다는 생각이다.

포항시는 일련의 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하기 위해 예산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우선 올해 말까지 세계 3번째인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완공하고, 고출력레이저 상용화기반 구축과 포항 3D프린팅 지원센터 구축, 나노융합기술개발과 인력 양성 등 국가직접시행사업을 위해 1천556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176억원의 예산을 들여 강소기업 육성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신성장 동력산업 발전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1천300억원을 들여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를 마련해 로봇관련 산업과 벤처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 포항지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창조도시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 3일 출범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br /><br />/포항시 제공
▲ 포항지역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창조도시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 3일 출범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역할 담당

지난 1월 30일에는 포항지역의 창업활성화를 통한 강소기업 육성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었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관(官) 주도형이 아닌 민간기업(포스코)이 자발적으로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든 국내 첫 케이스의 혁신센터다.

포항시는 앞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포스코와 포스텍, 포항상공회의소 등을 아우르는 산·학·연·관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과 지역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연계·활용해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갈 창조경제의 거점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포스텍과 포항테크노파크, 포항산업과학연구소(RIST)에 있는 기존의 지역 창업보육센터도 연계 운영할 예정이다.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벤처창업 활성화와 강소기업 육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 아래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포항창조경제센터는 에너지와 소재, 환경, 스마트 팩토리, ICT관련 분야의 예비창업자는 물론 기술을 기반으로 3년 이내 창업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창업과 사업화를 지원할 예비창업자 모집에 들어갔다. 이번 공모를 통해 입주하게 될 10개 내외의 기업은 전문가 멘토링, 창업아카데미 운영, 창업캠프, 창업공작소 운영 등을 지원받게 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이제 더 이상 우리 중소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한정된 파이를 가지고 싸우도록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무대로 마음껏 경쟁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줄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들의 성공사례를 제대로 벤치마킹해서 우리 포항만의 모델을 만들어나간다면 활발한 고용을 통해 다시금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시가 그리는 그림처럼 미래성장가능성이 큰 유망기업을 집중 지원해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고, 창조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한다면 포항은 분명 사람과 기업이 몰려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제2의 영일만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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