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 사체 참혹할 정도
불법 설치 해마다 늘어
등산객 등 치명상 우려

▲ 25일 안동시 와룡면 한 야산 오솔길에서 농민들이 수거한 대형 철재 덫. 자칫 발목부상 등 사람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우엑, 우애엑~”

25일 오후 안동시 와룡면의 한 야산. 유난히 큰 울음의 야생동물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농민들과 가까이 다가 가보니 생후 2년 된 것으로 보이는 수컷 멧돼지가 기진맥진 쓰러져 있다. 멧돼지 가슴을 옥죈 날카로운 와이어 줄의 올무는 살갗을 파고들었고, 올무를 매 둔 나무는 껍질이 죄다 벗겨지는 등 발버둥친 흔적이 역력하다.

이날 농민들이 올무를 풀고 살리려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걸린 지 사나흘은 된 듯, 굶주림에 지친 멧돼지는 끝내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인근 야산에서도 불법 밀렵도구에 걸린 너구리나 고라니 사체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대형 덫에 걸려 죽은 고라니의 경우 뒷다리 무릅 아래 부분 뼈가 절단됐지만 결국 힘줄만 남아 발버둥 치다가 과다 출혈로 최후를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겨울철만 되면 덫이나 올무를 이용한 밀렵이 경북북부 산간지역마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도심이나 농가 인근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 고라니의 경우 유해 야생동물로 인식되고는 있지만 문제는 잔인한 밀렵방식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산속의 발목지뢰` 밀렵용 덫의 위험성이다. 일부 몰지각한 밀렵꾼들은 일명 `디딜포`로 불리는 대형 철재 덫을 야생동물이 잘 다니는 길에 땅을 얕게 파 낙엽으로 감쪽같이 위장해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2개의 강철 스프링의 힘으로 한번 걸리면 자력으로 빠져 나오지 못 하는데다 자칫 사람에게도 발목부상 등 치명상을 입기 십상이다. 이 덫은 대구의 한 재래시장에 주문만 하면 개당 3만원에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다 올무와 달리 반영구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밀렵꾼들이 주로 선호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협회안동지부가 최근 수거한 올무나 덫 등 불법 밀렵도구만도 80여개.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생동물보호협회안동지부 홍승복 사무장은 “야생동물도 자기들 생명의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면서 “해마다 이맘때면 덫을 함부로 설치하는 바람에 사람들조차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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