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화㈜진심식품 대표이사·시인
일이 이뤄지거나 실현될 수 있는 것을 가능성이라 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겨져 있는 힘을 잠재력이라 한다. 그 의미의 현저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미래의 성취를 위해 개인이나 집단에게 요구되는 능력의 이름이다.

따라서 개인이나 집단이 지닌 그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은 조직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의 사수인 강대리는 장그래를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 문장을 화두로 삼아 세 가지 소스를 끄집어내어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늠하는 열쇠로 사용하려 한다. 세 가지 소스는 `정답`과 `해답`이란 조합과 장백기와 장그래의 조합, 그리고 강대리의 평가를 말한다.

정답과 해답의 사전적 의미는 정의영역답게 참으로 명쾌하다. 정답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옳은 답이고 해답은 맞닥친 문제나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다. 하지만 정답과 해답을 가치영역으로 끌고 나오면 정답에는 옳고 그름만 있고 해답에는 최선책과 차선책도 있다로 변모한다. 정답 속에 내재된 이분법적 발상보다 해답은 다양성을 전제로 한다.

장백기는 화려하다 못해 완벽한 스펙을 자랑한다. 반면에 장그래는 직무에 필요한 스펙은커녕 아예 기본 자체가 없다. 하지만 장그래는 지금까지 노력을 쓰지 않았으니까 자기 노력은 신상이니 자신의 노력을 팔겠다 한다. 사실 장그래의 신상 `노력`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졌다는 그의 독백처럼 절실함의 다른 이름이다.

강대리는 장백기의 사수다. 자신의 스펙이 허접한 일 따위에 매몰되어 회사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장백기에게 일의 동기는 스스로 성취하라며 그것이 안 되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 조언한다. 그래서 강대리의 `정답은 모르지만 해답을 아는`이라는 대사는 스펙은 없지만 절실함이 동기 부여와 해답을 찾는 기제로 작용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수로 읽혀진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가능성의 크기를 판단하기 위해 대상의 스펙을 중요시하고 있다. 곧 과거를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반면에 잠재력의 크기는 문제 해결 능력에서 감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 해결 능력은 이미 해결된 문제가 아닌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라야 평가가 된다. 곧 잠재력은 현실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 인재를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도 늘 위기를 말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삼성그룹이 드디어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한다. 출신대학, 어학연수 여부 등 이른바 스펙은 일절 반영하지 않고 기존의 정답을 맞히는 시험 위주의 획일적 방식에서 직군별로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직무적합성평가`와 `창의성 면접`을 도입한다고 한다. 이는 사실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채용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드디어 삼성이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아닌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그래. 회사가 전쟁터라면 우리의 현실은, 우리의 모나드는 지옥이다. 숨 쉴 새도 없이 생존이 걸린 문제들과 맞닥뜨린다. 결국 강대리의 평가는 회사 차원에서는 공유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선도적으로 강대리의 눈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나아가 정답만을 맞히라는 수능, 그래서 철저히 우리의 청춘들을 박제로 만드는 수능의 평가방식도 혁신시키는 불씨로 작동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