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부도처리 유아산업 현장
하청업체 수십명 출입문 막은 채로 대책회의
유아산업 관계자 한명도 모습 안보여 적막감

▲ 24일 오전 포항시 북구 청하면 고현리 유아산업 본사 출입구를 25t 트레일러가 막고 있다.

“앞으로 가족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 지 걱정이 태산이네요.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24일 오전 포항시 북구 청하면 고현리 유아산업 본사.

공장 출입구는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들여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25t 트레일러가 차량의 진입을 막았고, 철제 출입문은 굳게 닫힌 채 심각한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출입문 옆 경비실에는 3~4명의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상주하며 회사에 출입하려는 방문자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날 언론, 금융권, 상공계 등에서 관계자들이 방문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사무실에 유아산업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으니 들어올 이유가 없다”며 출입을 통제했다.

하청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1일 유아산업의 부도처리 하루 전인 20일 오후부터 공사대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업자들이 모여들어 현재 30~40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이날까지 5일째 사무실에 상주하며 유아산업 경영진이 해결책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으나 그동안 경영진은 물론 단 한 명의 직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GS건설, 대림산업 등 원청 대기업이 발주한 사업에 중간 역할을 하는 유아산업을 통해 하도급을 받아온 업자들은 적게는 수천여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할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일째 대책회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뚜렷한 묘안 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다.

경주에서 왔다는 한 하청업체 대표는 “우리끼리 회의를 해봐야 소용 없다. 공사비를 받지 못한다고 임의로 공사를 중단할 경우 대기업에서 오히려 하청업체인 우리 쪽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유아산업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모든 임직원들이 종적을 감춰버려 답답한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하청업체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부도처리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하던 일을 모두 내팽개치고 이곳을 찾아왔다”며 “앞으로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반드시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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