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요아킴

고샅길을 따라 돌아가는

물동이가 있다

철 지난 유행가 가락에 맞춰

찰랑찰랑 넘칠 듯

풋내 나는 순정을 담고

지는 벚꽃 잎으로 온몸을 가리우고

오는 옆집 강아지의 그림자에

속치마 잘근잘근 끌다가

흙담에 기대어 휴우, 눈 흘기는

볼이 발그레한 그 여인을 보러

오늘도 나는 머리를 깎으러 왔다

순박한 사람의 정이 넘치는 곳. 아득한 시간 속의 고향 이발소를 떠올리며 시인의 어린 시절의 순정한 장소인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오래된 기억 속의 순수한 풍경이 우리들 가슴 가슴마다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점점 퇴색되어가는 시간의 풍경들을 들추고 깨끗한 그리움으로 꺼내보는 흑백사진 같은 느낌을 던져주고 있다. 순수했던 시간 속의 서사 혹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오래오래 우리들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