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 설문조사에 경영진이 개인 답변 확인까지… ‘정당성 부분에서 결함 많아’
“직원 의사 수렴 vs 대외적 조기통합 근거 확보” 설문 목적에까지 의문 번져

▲ 지난 9.3 조합원 총회 장소에 걸린 플래카드.

 외환은행 내부에서 실시된 두 개의 설문조사가 서로 다른 결과를 나타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대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88.1%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조기통합 반대 의견이 수치상으로 명확히 집계된 만큼, 금융당국이 조기통합에 대해 승인하기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겠냐.’는 의견이 일기도 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양 행 조기통합에는 모든 직원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사측에서 뒤늦게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나섰지만, 사측에서 준비한 설문조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한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설문조사는 정당성 부분에서 결함이 매우 많다. 동일한 직원들을 상대로 펼쳐진 설문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판이한 결과가 나온 것이 그 근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노조 측의 주장처럼, 사측이 시행한 설문조사는 정당성에서 힘을 잃는 모양새다.

우선, 기명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사측의 설문조사는 사내 망을 통해 이름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경영진이 개인별 답변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성의 논란이 일었다.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 문제는 현재 은행 대·내외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다. 또한, 사측에서 9.3 총회 참가자 900여 명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내부 직원들이 조기통합에 대한 의견을 쉽게 밝히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사측과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할 경우 징계에 처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명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설문 결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한 노조 관계자는 “앞선 대규모 징계와 조기통합에 대한 연계성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름을 드러내고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되겠는가? 결국 사측의 의도대로 끼워 맞추기 식 설문조사를 한 셈이다.”라는 비판 의견을 내놓았다.

또 하나 살펴 볼 부분은, 사측이 진행한 설문지 문항의 내용이다.
사측에서는 ‘의제와 상관없이 경영현안 전반에 대한 노사 간의 조속한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가?’ 라는 설문을 진행했다. 여기서 ‘의제와 상관없이’라는 부분은 응답자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측에서 이를 ‘조기통합을 위한 대화’ 의 뉘앙스로 발표하면서 직원들의 의사를 왜곡시켰다는 평이 많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측이 진행한 설문조사는 내용면과 처리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외환은행 측에서는 ‘응답률이 높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휴가, 휴직자, 파견자 등을 제외한 적은 모집단과 기명 투표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사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단시간 내 높은 투표율을 보인 노조 측의 설문조사 쪽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사측은 그동안 조기통합의 득을 내세우며, 직원들을 위해 이를 결정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경제적인 득과 실을 따지기 이전에, 직원들의 정확한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통합으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입게 되는 대상은 은행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때문에 직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피해 역시 이들에게 가장 크게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사측에서 보여준 이번 설문 조사는 그 과정과 결과 도출에서 직원들에게 큰 실망을 남겼다는 평이 많다. 설문에 참여했던 한 외환은행 직원은 “이번 설문조사의 목표가 직원들의 의사 수렴인지, 아니면 외부에 비쳐질 증거 산출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사측의 답변을 듣고 싶다.” 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사측의 설문조사는 은행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으로 뭉쳐있던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는 의견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뉴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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